소진(박소진) 유라(김아영) 민아(방민아) 혜리(이혜리)로 구성된 걸스데이는 시작부터 독특했다. 원래 2010년 지선, 지인, 지해, 소진, 민아로 구성되어 시작했다가 지선과 지인이 빠지고 2011년 유라와 혜리가 합류하면서 5인조로 활동하다가 지해가 빠지고 4인조로 활동을 지속한 팀이다.
1. 걸스데이의 성장사
데뷔 초반 이 팀을 알리는데는 민아가 많은 역할을 했다. 그러나 이들이 대중에게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린 것은 유라와 혜리가 합류하고 나서부터다. 유라와 혜리가 어떤 역할을 해서라기보다는 이때부터 컨셉이 섹시 형태로 바뀌면서 대중에게 관심을 끌었고, 그에 걸맞게 음악을 잘 소화했다. 물론 모두에게 이 옷이 맞는 것은 아니지만 아이돌그룹, 걸그룹으로서 ‘인기’는 다른 것을 할 수 있게 한 바탕이기에 꾸준히 그 컨셉을 유지했다.
그런데 이는 추후에 묘한 경쟁심이 생기게 했다. 데뷔 초반부터 중심 역할을 한 소진이나, 팀을 알리기 위해 예능에서 몸을 불사랐던, 그러나 정작 보컬은 가장 뛰어났던 민아와 이후에 합류했던 유라와 혜리간의 자존심 대결이었다. 즉 “나 때문에 팀이 잘됐다”는 생각을 은연 중에 가진 것 같다. 이는 종종 대기실이나, 꼭 같이 있지 않아도 되는 공간에서 표출됐다. (해외 콘서트 현장 등)
그러다가 혜리가 MBC ‘진짜 사나이’ 여군 편에 출연해 애교 하나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더니,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몸에 꼭 맞는 캐릭터인 덕선이 연기로 순식간에 톱스타 반열에 오른다. 모든 그룹이 그렇지만, 특정 멤버가 뜨기 시작하면 그룹은 유지하기 어렵다. 미쓰에이서 수지가 배우 배수지로 인기를 얻으면서 그랬고, 엠블랙 이준이 배우 이준이 되면서 그랬다. 걸스데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그리고 팀 활동은 중단됐고, 어느새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하고 있고 예능에 출연하고 있었다.
2. 멤버들 영화 잔혹사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걸스데이 멤버들의 영화 잔혹사다. 드라마는 주연이든 조연이든 나름 대표적으로 내세울 만한 (혹은 대중이 제목이라도 들어봤을 법한) 작품들은 하나 정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영화로 가면 애매하다. 출연작이 성공하거나 한 적이 거의 없다. 물론 영화의 실패가 이들의 책임은 아니지만, 일정 부분 책임이 있고, 몇몇은 이들이 모두 책임져야 하는 영화다. 자신들이 메인 타이틀롤이기 때문이다.
이혜리의 경우 총 3편에 출연했다. 첫 영화인 ‘물괴’는 손익분기점이 300만명인데 72만명만 모은 채 참패했다. 10억 저예산 영화 ‘판소리 복서’는 2만 5000명만 모았다. 최근 작품인 ‘빅토리’는 50만명을 모으긴 했지만, 손익분기점이 200만이다. 특히 ‘빅토리’는 이혜리가 사실상 전체를 이끌고 가는 작품이다.
박소진은 상업영화라 하기에 애매한 영화들에 출연했다. 그러다 보니 관객 숫자도 손익을 따지기조차 애매하다. ‘결혼하겠나?’(8689명), ‘제비’(2613명), ‘봄날’(3만 4000명), ‘괴기맨션’(3만 2000명), ‘좀비 클러쉬:헤이리’(897명)이다. 첫 작품은 ‘행복의 진수’인데, 그냥 독립영화다.
주로 예능 MC로 많이 나오는 유라는 나름 주목받은 영화에 나오긴 했다. 故 김수미 중연의 ‘가문의 영광:리턴즈’다. 손익분기점이 100만 정도인데, 16만명만 모으고 참패했다. 이 영화는 관객수보다도 질 낮은 스토리와 연출로 비난을 많이 받았다. 이후 ‘하우치’는 2516명만 모았다.
확실하게 영화 배우의 길을 선택한 것은 방민아다. 그런데 방민아는 상업영화보다는 독립영화, 예술영화의 길을 선택한 듯 싶다. 그 덕에 관객은 적지만 영화제에서 제법 상을 받았다. 그래도 관객을 향한 티켓파워는 현저히 낮다. 2013년 ‘홀리’ 2014년 ‘아빠를 빌려드립니다’를 제외하고 보면 ‘최선의 삶’이 1만 1000명이고, ‘화사한 그녀’가 9만 6000명(손익분기점 150만)이다. 현재 상영되고 있는 ‘원정빌라’는 2024년 12월 27일 현재 1만 7000명을, ‘오랜만이다’는 189명을 모았다.
그러나 이러한 영화를 찍어서 2013 제13회 광주국제영화제 신인여우주연상을 시작으로 2021 제20회 뉴욕아시안영화제 국제라이징스타상, 2021 제22회 부산영화평론가협회상 신인여우상, 2021 제22회 올해의 여성영화인상 신인연기상을 받았다. 그러나 딱 여기까지였다.
조금 잔인한 이야기지만, 네 명이 지금까지 찍은 영화의 관객수를 모두 합쳐봐야 160만명이다. 이혜리의 나름 대닥 ‘물괴’가 72만명, ‘빅토리’ 50만명이 합쳐서다. 두 작품을 빼면, 40만명 정도다.
물론 연예인으로서, 나름 드라마에서 한 두 개씩은 대표작을 가지고 있는 입장에서는 영화에 도전하고픈 마음은 이해가 된다. 그러나 솔직히 보는 입장에서는 ‘왜’ 하는지 모르겠다. 그렇게까지 ‘영화 속 배우’로 연기를 잘 하는지 모르겠다. 그나마 방민아가 예술독립영화의 색깔로 꾸준히 유지하고 있는 것 하나는 나쁘지 않다. (그러나 기획사 입장에서는 머리 돌아버린다.)
이런 류의 연기자들이 있다. 이보영이나 김태희 같은 배우들이다. 이들은 한두번 영화에 도전하고 실패한 후, 그쪽은 쳐다보지도 않는다. 그냥 꾸준히 드라마에 나온다. 보통 탤런트라 불리며 연기 활동을 한다. 전지현이나 김혜수처럼 양쪽을 다 잡는 능력이 없으면 확실한 한 곳만 잡아야 한다.
혜리는 자신의 색깔에 맞는 드라마와 셀럽, CF모델을, 소진은 조연 급으로 가끔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는 드라마를, 유라는 예능 게스트나 MC를, 민아는 상업영화 도전을 진지하게 생각해야 한다. 물론 그 안에서 연기는 별개지만. 딱 이게 걸스데이 멤버들이 연기 혹은 연예인 생활을 하는데 있어서 최고치가 아닌가 싶다.
- 아해소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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