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파벨 두로프가 프랑스 파리 외곽의 르부르제 공항에서 체포됐다. 혐의는 ‘텔레그램이 범죄에 악용되는 것을 막으려는 조처를 하지 않았다’이다. 다소 당황스러운 혐의이긴 하다.
일단 기사의 내용을 보자.
AFP는 프랑스 경찰 내 '미성년자 대상 범죄 단속 사무국'(OFMIN)에서 사기, 마약밀매, 사이버폭력, 조직범죄, 테러조장 등 범죄에 대한 초기수사 결과 두로프를 해당 범죄의 조정대리자(coordinating agency)로 간주해 체포영장을 발부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두로프는 아제르바이잔 수도 바쿠에서 전용기를 타고 파리로 온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출신인 두로프는 형 니콜라이 두로프와 함께 러시아판 페이스북으로 불리는 SNS 프콘탁테(VK)와 암호화 메신저 앱 텔레그램을 만들었다. 현재 본사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위치해 있다.
‘러시아의 마크 저커버그’로 불린 두로프가 아랍에미리트로 옮긴 이유는 러시아 정부가 반정부 시위에 참가한 VK 사용자 정보를 달라고 요구하자 이를 거절하고 VK 지분을 매각한 뒤 2014년 러시아를 떠난 것의 연장선상이다.
두로프가 잡힌 것은 텔레그램을 통한 범죄가 일어날 때 텔레그램 측이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고, 정부들이 요구하는 내역을 제출하지 않아서일 것이다. 2021년 1월 미국 의회 의사당 난입 사태를 일으킨 극우 세력이 텔레그램을 통해 모였고 최근 영국을 뒤흔든 극우 폭력 시위 참가자들도 텔레그램으로 폭동을 조직한 것으로 지목됐다.
그러나 역으로 텔레그램은 러시아, 이란, 중동, 홍콩 등에서 정부 탄압에 맞선 민주화 운동 세력의 소통 도구로 활용됐다. 그리고 이런 부분이 인정되면서 많은 사람이 텔레그램을 이용한 것이다.
한국 역시 마찬가지다. 2019년 N번방이 만들어져 성착취물 제작 및 유포 사건이 일어난 공간이 텔레그램이다. 당시 경찰은 N번방 수사 목적으로 7개월 동안 7차례에 걸쳐 텔레그램에 수사협조 메일을 보냈으나 답장을 받지 못했고, 결국 협조가 이뤄지지 않았다. 또 올해 5월에도 텔레그램을 이용한 서울대 불법합성물 유포 사건이 일어났다.
하지만 텔레그램이 한국인들에게 각인된 것은 두 차례 사건 때문이다.
2014년 9월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대통령 모독 발언이 도를 넘었다”고 발언한 직후, 검찰은 별도의 ‘사이버 허위사실 유포 전담 수사팀’을 구성했다. 당시 검찰 전담 수사팀이 모바일 메신저 등을 모니터링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카카오톡 사용자들이 대거 텔레그램으로 옮겼다. 이어 1년여 뒤인 2016년 4월 테러방지법 통과는 ‘2차 텔레그램 망명’이 진행됐다.
즉 국내외로 텔레그램은 순기능과 역기능이 존재한다. 그것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몫이긴 하다.
두로프가 체포된 것을 사람들이 ‘범죄사실 방치’가 아니라, ‘국가에 비협조’에 방점을 찍는 이유이기도 하다. 실상 범죄를 부추기거나 했다면 모를까. 이런 논리라면 암호 풀기 어렵고, 개인정보 제공에 협조 하지 않는 아이폰 만드는 애플도 압수수색하고 대표를 체포해야 하지 않을까.
- 아해소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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