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루엣(silhouette)은 프랑스어로 윤곽의 안에 검게 칠한 사람의 얼굴 그림을 말하거나, 그림의 검은 윤곽을 말한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보통 연예인의 섹시함을 언급하거나, 얼굴을 드러내지 못하는 사람을 표현할 때도 사용한다. 그러다보니 종종 논란을 일으키기도 한다.
지난해 블랙핑크 리사는 프랑스 파리 3대 카바레로 꼽히는 ‘크레이지 호스’ 무대에 올랐다. 파기 3대쇼 중 가장 수위가 높은 누드쇼로 알려졌기에 외설 논란까지 일었었다. 특히 리사의 ‘실루엣’이 담긴 사진이 공개되면서 ‘남다른 비율’이라는 호평과 더불어 ‘외설적이지 않을까’라는 극단의 반응을 얻기도 했었다. 실루엣 한 장으로 말이다.
2014년 MBC 연예정보 프로그램 <섹션TV 연예통신> 제작진이 배우 차승원의 친부 논란을 보도하면서 고(故) 노무현 대통령의 이미지를 실루엣으로 사용했다가 비난을 받았다. (그 당시 MBC는 현재의 MBC와 다르다). 또 2022년 JTBC 드라마 <그린마더스클럽>에서 고 노무현 대통령의 실루엣을 사용해 논란이 일었고, OCN <플레이어>에서도 강하리(송승헌)가 권력 범죄자 중 한명인 특정 타깃을 노려보는 모습이 그려졌는데, 이 타깃 사진은 ‘그 사람’이라는 표기와 함께 실루엣으로만 등장했고, 이는 역시 고 노무현 대통령의 실루엣이었다.
사실 실루엣은 18세기 프랑스 루이 15세 당시 재정 대신(재무 장관)에 기용된 에티엔 드 실루엣(Etienne de Silhouette)으로부터 시작했다. 영국과의 7년 전쟁으로 심각한 재정난에 빠져 있는 프랑스 경제를 살려내야 하는 임무를 맡은 이였다.
여러 정책을 편 실루엣은 국가 재정난 원인 중 하나가 귀족의 사치, 특히 호화로운 초상화를 그리는데 막대한 돈을 들이고 있다고 봤다. 당시 귀족들의 초상화 비용은 정부가 대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비싼 물감을 쓰지 말고 윤곽선을 그린 뒤 검은색 하나로만 칠하게 했다. 이를 강제하는 법령까지 발표했다. 그 자신도 몸소 실천해서 자신의 초상화도 윤곽만을 그리게 했다.
하지만 실루엣은 귀족들의 반발로 임기를 1년도 채우지 못하고 쫓겨났다. 이후 고향으로 돌아가 스스로 윤곽선 그림을 그리며 여생을 보냈다. (초상화 뿐 아니라 귀족들을 대상으로 한 여러 증세 문제까지 겹쳐지면서 쫓겨난 셈이다) 하지만 실루엣은 결국 이름을 남겼다.
당시 귀족들이 반발했지만, 실루엣은 예술 기법으로 한자리를 차지했다. 특히 19세기에는 유럽에서 크게 유행하면서 실루엣이라는 단어가 정식 프랑스어로 인정받았고, 지금도 패션•영화 등에서 다양하게 적용되고 있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한국에서는 ‘섹시’와 ‘밝히지 못하는 사람의 모습’의 대명사가 된 듯 싶다.
- 아해소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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