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한국 문학계는 물론 일반 시민들까지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을 듣고 뜨겁게 반응했다. K팝, K드라마, K영화 등등으로 대표되는 K컬처가 한 단계 더 올라간 일이라는 칭송이 일었고, 한강 작가의 작품은 순식간에 품절됐다. 오죽하면 당근마켓 등 중고거래 시장에서 수십만원에 올라오기도 했다. (실제 거래됐는지는 모름) 그런데 그 와중에도 사람들의 눈길을 잡은 내용이 있다.
경기도교육청이이 지난해 9~11월 각 교육지원청을 통해 각급 학교에서 논란이 있는 도서들을 폐기 혹은 열람제한을 하도록 했고, 여기에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가 포함됐다는 것이다. ‘교육적 측면에서 자체 판단해 운영하시기 바란다’는 단서를 달았으나, 또다른 문구인 ‘부적절성이 심할 경우 폐기 가능’이란 문구가 달려서 사실상 폐기를 용인한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다. 실제로 각 교육지원청을 통해 도교육청의 지침을 전달받은 고등학교 1곳이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 2권을 폐기했고, 중학교 2곳에선 열람을 제한했다.
이 논쟁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뜨겁게 달궜다가 한동안 잠잠했다. 그런데 12월 10일 노벨문학상 수상식을 앞두고 또다시 이곳저곳에서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저 논쟁을 보면서 문득 든 생각이 “책을 배치하자고 말하는 저 사람들은 정말 채식주의자를 읽어봤을까”였다. 정말 다 읽고 저런 이야기를 하는지, 아니면 한강이 노벨문학상을 타고, 그의 작품이기에 그냥 우기는 것인지. 아니면 내용을 알고도 그저 ‘노벨문학상 수상자’의 작품이기에 일단은 저렇게 말하고 보는 것인지 의심스럽다.
특히 한강 작가가 과거 박근혜 정부의 블랙리스트 대상자였다는 점을 인용해 윤석열 정부가 한강 작가의 작품을 탄압하는 거 아니냐는 주장도 봤다. 많이 당황스러운 이야기다. 윤석열 정부가 탄압할 만한 내용도 아니고, 그럴 생각이었다면 아예 판매 자체를 막았어야 했다. 이건 억지다.
물론 이상한 기독교단체나 보수 단체들이 ‘채식주의자’에서 처제와 형부가 부적절한 관계를 한 것 등을 내세우며 ‘채식주의자’를 마치 무슨 악마의 서적처럼 이야기하는데, 이 역시도 한심한 발언이다. 이들은 이 책을 안 읽어봤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어떤 기자는 ‘채식주의자’를 중고등학생이 읽고 충분히 토론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읽다가 ‘진짜?’라는 의문이 들었다.
“진짜 문제는 ‘음란한 자태를 지나치게 묘사한’(경기도 ㄱ고교의 ‘채식주의자’ 폐기 이유) 책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 교육이 학생들에게 책을 읽고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을 키워주고 있는지 자문해야 한다. 학생 중 누군가가 ‘채식주의자’를 읽고 물음이 생긴다면, 이에 대해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고 토론해줄 어른이 학교에 얼마나 있을까. 그런 역할을 해야 할 전문인력(사서교사·사서)이 배치된 전국 초중고 학교도서관은 48%에 불과하다.”
일단 학생들의 비판적 사고 능력을 키워줘야 한다는데 찬성이고, 전문인력 배치의 중요성도 공감한다. 그러나 ‘채식주의자’를 읽고 물음이 생긴 것에 진지한 대화를 나누고 토론을 한다고? 진짜 이 생각을 하고 글을 썼는지 의문이다.
개인적으로 '채식주의자' 스타일의 소설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기도 하지만, 당장 고등학생 조카에게 저 책을 추천하라고 하면 선뜻 이야기하기 어렵다. ‘몽고반점’ 이후의 이야기는 독서가 아닌 그냥 ‘글 읽기’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고, 그것을 중고등학생이 과연 감당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독서도 단계가 있다. 자신이 읽어온 책과 사고의 깊이, 자신이 살아온 경험이 바탕이 이루며 단계적으로 올라간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독서는 모든 것을 다 보여주는 영상과 달리 상상력이 필요하다. 그것은 그냥 생기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단계 없이 무조건 ‘상상력’을 요구한담년 자칫 부작용이 발생한다. 평소 책을 읽지 않는 학생이 갑자기 '채식주의자'를 읽는다고 해서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의 사고를, 의도를 이해할까.
그리고 왜 이리 '채식주의자'에 목매다는지. 청소년 시기에 읽을만한 책들이 얼마나 많은데 말이다.
- 아해소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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