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메일을 봤네요. 지난 토요일 SBS 반전드라마에서 홍수현씨가 동방신기 멤버와 키스한 것을 가지고, 동방신기 일부 팬들이 홍수현씨에 대한 적대적(?) 감정을 드러내는 것을 팬카페차원에서 방지하는 공지를 카페회원 전체에게 돌렸네요.
개인적으로 동방신기에 대해 이래저래 말하고픈 생각은 없지만, 이번 팬카페 차원에서 이러한 조치를 취하고자 하는 모습은 한편으로는 그동안의 팬클럽문화가 얼마나 잘못되었는가를 보여주는 것같아 씁쓸하고 한편으로는 좀더 발전적으로 나갈 수 있는 방향타를 스스로 잡는 것 같아서 좋게 보이네요.
어차피 스타는 이미지고 팬은 그 이미지를 추종하며 삽니다. 배용준씨가 일본에서 거의 신적으로 추앙받는다는 소리를 들었지만, 그가 찍은 스캔들은 썩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못한 것도 (대신 외출은 엄청난 흥행결과를) 여자를 이해하는 배용준씨의 '배역'이 먹힌거지 배용준씨 자체가 먹힌 것은 아니거든요.
이미지를 추종하는 팬이 그 이상을 요구하고 막는다면 그때부터는 팬이 아니죠. (극단적으로 말한다면 스토커일런지도)
동방신기가 역대 아이돌스타들과 어떤 차이를 보일런지는 모르고, 실제 그의 팬들이 어떤 모습들로 다른 팬 혹은 안티들과 같이 갈런지는 모르지만, 일부라도 이런 자정적 모습을 보여주려는 것은 앞으로 팬문화의 변화를 엿볼 수 있을 듯 싶습니다.
며칠전 텔레비젼에서 심형래 영화감독님의 파워인터뷰라는 프로그램을 봤습니다. 신지식인 1호로 선정된 이후 영화의 참패로 온 국민의 비난과 질타를 받아온 그지만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전국민을 반성케 만들었습니다.
그가 '공룡쭈쭈'라는 영화를 만들었을때, 한국에는 전세계적으로 흥행한 쥬라기 공원이라는 영화가 상륙해 있었습니다. 국민들은 물론 영화인들까지 그의 영화를 쓰레기 같은 영화니 비주류 B급영화니 하며 우롱하고 심지어 그에게인신공격까지 해댔습니다. 하지만 그는 그때 쥬라기 공원을 보면서 왜 우리는 저런 영화를 못만들까 하는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수십년간 스크린 쿼터라는 울타리 안에서 돈되는 영화만 만들려고 하고 최고의 스타만을 고집한 영화계는 어차피 따라갈 수 없는 헐리우드식 영화라고 생각하고 현실에 안주할때 심형래 감독은 스스로 미국을 꺾어 보이겠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공룡 쭈쭈 이후 13년이 흐른 지금 그의 영화기술은 놀라울 정도로 발전했습니다. 디 워 라는 영화의 흥행여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최소한 미국의 영화기술에 대적할 만한 사람은 제가 보기엔 심형래 감독이 국내에서 유일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영화 한편을 만들었다고 해서 제가 그를 높게 평가하고 영화계가 반성해야 한다는 말을 하려는 건 아닙니다. 그는 말합니다... 디 워 라는 영화의 완성과 성공보다는 그러한 헐리우드식 블록버스터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고 기술을 보유한 것이 더욱 자랑스럽다고 말입니다.
그렇다면 수십년간 스크린쿼터로 국가가 보호해 주며 육성했던 영화계가 못했던 일을 심형래 감독이 13년이라는 단기간에 그것도 혼자 해낼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요?
심형래 감독은 호랑이를 잡기위해 호랑이 굴로 들어갔다라고 표현했습니다. 미국영화가 호랑이라고 가정한다면 지금껏 국내 영화계는 국가에서 호랑이로부터 보호 해달라고 말만 했을뿐 누구도 나서지 않았습니다. 나아가 호랑이를 잡겠다고 생각하는건 어리석은 짓이라며 그런 사람을 바보라고 했습니다. 심형래 감독이 혼자 무기를 만들어 호랑이와 싸울 준비를 하는동안 영화계는 언제까지나 정부가 지켜줄 수 있다고 믿으며 자신들만의 울타리 안에서 안주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러한 영화계를 바라보면서 과연 언제까지 스크린 쿼터를 사수해 줘야 할까 라는 의문이 듭니다.
수십년간 스크린 쿼터로 인해 대미무역에서 손해를 본 것은 국민입니다.
하지만 반사이익을 누린것은 몇몇 스타급 배우들과 메이저 영화사들 뿐입니다. 그러한 극소수의 이익을 위해서 언제까지 스크린 쿼터를 지켜줘야 하는 것입니까?
영화인 여러분( 영화인 전체가 아닌 몇몇 스타와 메이저 영화사)
이제 그만 국민들 밥그릇에서 숫가락을 빼주세요!!
그리고 1인 시위에 나서는 배우들이여 당신들 스스로 우리 영화가 헐리우드 영화에 못미친다고 말하면서 왜 출연료와 대우는 그들에 버금가기를 바라는 것입니까!! 단지 스타라는 이유만으로 국민들에게 동정표를 구하기에는 너무 양심없는 짓 아닐까요??
극장에서 본 첫 영화는 제목은 기억에 남지 않지만, 홍콩영화였다. 부모님 몰래 친구들과 들어간 지정석도 없는 극장 계단에서 난생 처음 본 거대한 화면은 그냥 멍한 기분만을 느끼게 했다. 그 후 다시 찾은 극장에서 본 서편제는 내가 접한 현실이 아닌 화면을 통해서도 내가 눈물을 흘릴 수 있음을 알게 해주었다. 그렇다고 무슨 영화배우나 감독을 꿈꾼 것은 아니었다.
단지 그렇게 영화를 보는 것이 즐거웠고, 독서실을 간다는 핑계로 역 주변 동시상영극장을 일주일에 한번정도는 꼭 찾아갔다. 지정석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한편을 봤다고 쫓아내는 것도 아니었기에 같은 영화를 하루에 2~3번씩 볼 때도 있었다. 그런데 지금 돌아보면 무슨 영화를 본지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냥 그때 호기심어린 마음으로 영화를 순수하게 즐겼을 뿐이었다. 그리고 10여년이 지난 지금 난 영화를 보러가기 껄끄러워졌다.
어느 때부터인가 영화는 기억의 대상이고 분석의 대상으로 변했다. 어느 감독에 대한 영화류를 따져야 하며, 상업주의 영화가 분명 관객을 끌어들이는 재미가 있음에도 왠지 극장 안에 발을 들여놓는 심정은 씁쓸하다. 길거리 가판대에서 집어든 영화관련 잡지도 손에 쥐기조차 무겁다. 한쪽 손에 든 가방보다도 질량적 무게감은 분명 가벼운데도, 심적 무게감은 이를 훨씬 상회한다.
“이 영화 정말 재미있지 않냐? 주인공이 그렇게 연기를 잘할 수가 없더라. 화면 역시 이쁘던데. 어쩜 그리 잘 만들었냐” 영화 관람 후 식사라도 하면서 이런 식의 말을 하면 이제는 무식하다는 말을 듣는다.
“영화의 콘텍스트의 흐름이 뛰어나던데. 주인공의 감정몰입이나 등장인물들의 시선변화는 특히 더 그렇고. 비주얼은 또 어떻고” 이런 식의 어설픈 단어나열이라도 해야 뭔가 아는 듯한 그리고 느끼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그냥 그렇게 즐겁게 본 영화보다 왠지 해석하려는 이들의 평이 답답하다.
그러나 이들의 잘못이라기보다 영화가 개봉하기 전 그 영화를 해석한 수많은 일간지, 잡지, TV들의 문제는 아닐까?
“이 영화는 000감독의 작품 세계가 지속적으로 회귀하는 비현실적이고 판타지적인 공간으로 도약해간다.” 어느 잡지에 나온 평론의 일부분이다. 관객들은 이를 따라할 뿐이다.
사실 영화는 그냥 즐기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감독들은 그 안에 수많은 메시지를 드러내 보이려 애쓰고, 이를 평론가들은 더 어렵게 해석하고, 관객들은 다시 ‘즐김’의 주체에서 점차 벗어나버린다. 오로지 웃음만을 자아내게 하는 영화는 왠지 모르게 ‘저급’으로 취급되어 무슨 영화잡지에서 보여주듯이 매번 엄지손가락이 아래로 향하게 만든다. 즐기기만 해서는 안된다는 것일까?
<이노센스>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공각기동대 후편이다. 조금 오래전 영화다. 전에 같이 본 사람들의 중론은 나오는 대사만 대충 합해도 철학서적 한권은 나온다고 말한다. 영화를 보면 새로운 생각에 대한 몰입이 즐김일 수도 있다. 문제는 다시 그 생각을 풀이하는 과정에서 생긴다. 어찌보면 이노센스나 공각기동대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또한 메시지 역시 간단하다. 인간의 본질에 대한 질문이다. 매트릭스를 보면서도 역시 같은 생각을 했다. 지금 실재하는 인간의 모습이 진짜 인간의 모습인가라는 질의가 영화의 중심생각이다.
<공각기동대>의 소좌가 아무도 자신의 뇌를 본 사람이 없다고 말한 것이나 어느 책에서 언급했듯이 사람이 눈을 통해 비추는 감각의 영상이 아닌 실질적인 인간의 모습은 그 누구도 본 적이 없기에 인간은 허구라는 식의 논리를 지리한 책이 아닌 영화로써 접근한 것은 어찌보면 뛰어난 방법이다. 하지만 관객들 대다수는 그것에 그리 광분하지 않을 것이다. 어찌보면 1990년대 유행하던 홍콩 느와르에서 주윤발이 천천히 등장하는 장면이나 유덕화가 멋지게 카드를 상대에게 던지는 장면이 더 마음에 와닿을 것이다. 그런데도 지금의 영화는 관객에게 계속 알수 없는 질문던지기 놀이를 즐기고 있는 것이다.
여타 문화도 그러하겠지만 영화는 지금 군림과 무거운 메시지 전달 그리고 사업의 측면에서만 논해지고 있지, 실제 그 영화를 즐기려는 관객의 입장은 돌아보지 않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관객이 영화의 수준을 논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틀에 영화의 수준을 정해놓고, 그에 따라 관객수준까지 결정짓는 시스템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무거운 메시지 전달은 마치 반드시 들어가야 할 옵션으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틀 안에서 벗어나거나 어설프게 이 틀에 끼워 맞추려면 곧 사장된다. 물론 살아남는 방법도 있다. 일종의 외부로의 평가. 즉 외국에서 수상하고 들어오면 국내에서의 평가는 180도 달라진다. 이 때부터는 그 영화가 일종의 ‘틀’의 한 부분을 대체하게 된다.
현대에 와서 모든 의식과 개체들이 분석의 대상이 되고 있음은 부정할 수 없는 일이지만, 무슨 독재시대 사상전파의 나팔수도 아니고 즐김의 대상이 되는 문화의 한 부분을 점차 의식화시키는 것은 되짚어봐야 할 문제다. 물론 특정의식의 전파 - 예를 들어 학교문제를 고발한다던가 하는 -를 위한 작업은 분명 필요하다. 하지만 아예 초반부터 상업주의적임을 표방하고 나선 영화들조차 기존의 사상적 잣대로 분석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싶다. 그리고 이런 작업에 ‘좀’ 안다는, 그리고 ‘제법’ 영화를 봤다는 사람들이 나서서 관객들의 ‘즐김의 권리’를 박탈하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
<글래디에이터>에서 황제의 손가락의 방향에 따라 한 인간의 목숨이 좌지우지되듯 그들이 주는 별 몇 개와 손가락의 방향이 한 영화를 좌지우지하고, 다양한 관객들의 성향을 몇 개의 층으로 단순화시키는 것은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난 과거 중학교때 본 영화를 계속 떠올리려 노력하지만 내용이 기억이 안난다. 1천원짜리 동시상영극장에서 몇 번에 걸쳐 본 영화들인데도 말이다. 그러나 느낌은 분명 살아있다. 대낮에 몇 명 안되는 사람과 같이 보면서, 혹은 주말에 계단에 앉아서 무엇인지 모지만 다른 세상에 대한 동경으로 저려오는 가슴의 느낌은 손에 잡힐 듯 남아있다. 영화를 보면 어느 새 따지게 되는 지금의 나로서는 다시는 느끼기 힘들 듯 싶다.
'왕의 남자'. 마치 안 보면 이상한 사람되기 딱 좋은 분위기다. 더불어 연극 '이'까지 보면 매니아 취급받으며 뭔가 아는 사람처럼 대접받는다. 굉장히 보기 좋은 상황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런 영화는 계속 만들어져야 하고, 이런 분위기는 계속 만들어져야 한다. 왜?
마파도가 만들어지고 홍보적 성격으로 TV프로그램 이곳저곳에서 한창 띄워줄때 김수미씨가 이런 말을 했다.
"마파도는 1천만 관객이 봐야한다. 스타 한명 없이 이런 쭈글탱이 할망구들이 나오는 영화가 성공해야 앞으로 다양한 영화를 관객들에게 보여줄 수 있다" (기억을 더듬다보니 조금 틀릴 수도 있으나 의미 등은 정확히 기재했음.^^)
난 이 이야기를 봤을 때 박수를 쳤다. 맞는 말이다. 스토리 탄탄하고, 배우들 연기 탄탄하고 대중과 공감되는 영화가 많이 만들어져야 하고, 그 안에 스타는 없어야 한다. 배우만이 존재해야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영화가 성공해 대중들이 인정하는 스타가 만들어져야 한다. 스타 한 두명에 기대서 돈 쏟아부으며 만들어지는 영화는 그만두어야 한다. 영화속에서는 오로지 배우로써, 영화속 인물로 대중에게 다가가야 한다. 그런데 스크린속에서 그들은 스타로서 군림한채 다가온다.
'왕의 남자'를 개봉 첫날 보고 마음속 깊이 박수를 쳤다. (소심해서 극장안에서 혼자 박수 칠 용기가 없다 --) 내가 잘못 느꼈는지 모르지만, 그 안에는 배우들이 있었고 (정말 그들은 광대였다) 별(스타)에게서 나는 빛이 주조연할꺼 없이 골고루 뿌려졌기 때문이다. 비록 지금은 다른 사람보다도 이준기라는 신인배우가 급상승하지만, 그것이야 젊은 층의 네티즌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것이고, 정진영, 감우성, 유해진, 장항선 그들 모두에게 빛이 났다. (그렇다고 성공 예감을 느낀 것은 아니였다)
'왕의 남자'와 같은 영화는 계속 만들어져야 한다. 스타에 의해 움직여지는 영화가 아닌 스타를 만들어내는 영화말이다.
초,중,고,대학을 남녀공학만 줄기차게 다니면서 느낀 것은 대한민국에서 남성우월주의는 사라지고 있고 도리어 여성중심주의 (우월주의가 아닌)가 점점 확산되어 가는 기분이다. 그렇다고 이것이 나쁘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여성중심주의에 대한 이야기는 없는데, 너무 남성우월주위에 대한 이야기만 판을 치고있는 것이 못내 섭섭하다는 것이다.
가끔 기사나 여타 카페 혹은 블로그를 통한 글을 볼때 "한국은 유교사상으로 인해 남성우월주위가 뿌리박혔다" "다른 나라 남자들은 그러지 않는데 한국남자들은 이해가 안간다" "한국 남자들은 여자들을 너무 무시한다" 등등의 글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러면서 '여성'으로 성공한 이들의 이야기를 쓰면서 "남성중심사회에서 꿋꿋이 일어선 여자'들의 현란한 영웅담을 늘어놓는다.
(일본의 오선화씨가 한국 남자들을 바람기와 폭력 등의 대표적 인류상으로 지정한 것을 보면서, 왠지 한국 남자들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일까.)
과연 그럴까.
어차피 세상을 하나의 카테고리안에 넣으려는 성향은 무시못한다. "전라도 남자는 이렇다" "서울 남자는 이렇다" "어디대 출신은 이렇다" 등은 크게 특징짓는 태도는 이미 여러번 비판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언론과 기타 호사가들에게는 아직까지 선호한다. 그리고 그러한 특징짓기놀이는 "난 아닌데"라는 사람들까지도 묶어버린다. 개인이 반항해야 소용없다. 어차피 낙인찍힌 몸인 것을.
내가 여성중심주의로 흘러간다고 보는 것도 아마도 잘못된 판단일지 모른다. 내가 친분을 쌓고있는 주위 여성들, 언론을 통해 듣는 여성 영웅담들 등이 겨우 내가 접한 정보이기 때문이다. 아마 여성중심주의는 옛부터 있었을 것이다. 인류이래 계속 존재했을런지 모른다. 그러나 몇가지 남자들에게 유리한 법과 여성의 위협으로부터 자신을 지켜야 한다는 남성들의 유전자가 적절히 이를 무시했기 때문에 '여성중심주의'는 없다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한 것일런지 모른다.
남성은 절대 우월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열등하지도 않는다. 여성도 절대 열등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우월하지도 않는다. 성에 따른 우월감을 이제 그만 따졌으면 한다. 한 개인에게 (남자든 여자든) 우월감 혹은 열등감을 느낀 것은 그 개인의 특성일 뿐이다. 그것은 남성 여성으로 나눈다면.......스스로 피곤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