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 추리 소설은 어느 작가의 이야기를 먼저 접하는 것에 따라, 추후 추리 소설을 읽는 방식이 달라진다. 물리나 화학 혹은 어느 기계 장치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한 추리 소설로 시작하는 이들은 전문적인 지식을 공부하거나, 모르더라도 대략 전문적(?)으로 유추하려 노력한다. 그러나 사람 간의 관계나 행동에 의한 추리를 중심으로 하는 이야기로 시작한 이들은 흐름은 따라가되, 문장 하나 에피소드 하나 놓치지 않으려 한다.
<작별 인사>(김영하)┃‘인간이 존재할 가치가 있는가’의 답은 ‘우리’다.
김영하의 작가 첫 SF 장편소설 를 지인에게 소개했더니 반응이 이랬다. “야 그런 이야기는 이미 일본 애니메이션은 물론 영화에서도 많이 나왔잖아. 뭐가 다른 거지?" 는 자신을 인간으로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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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스타일로 시작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한 이유는, 자주 접해 익숙해진 추리 스타일대로 모든 추리 소설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익숙한 스타일의 추리 소설을 접할 경우, 기본적으로 가져야 할 긴장감이 없어지기도 한다. 물론 양쪽 모두를 소화해내려 하는 이들도 있다. 그래도 시작점이 어디냐에 따라 자신만의 접근법이 구축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사회파 추리 소설의 영역은 이런 정통 추리 소설과 다르다. 정통 추리 소설의 경우에는 추리 자체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앞서 언급했듯이 소설을 접근하는 가이드가 생긴다. 그러나 사회파 추리 소설은 추리가 아닌 메시지에 초점이 있다.
즉 “범인이 누구고, 그것을 알아내기 위해 어떻게 진행되냐”가 중요한 정통 추리 소설과 달리, “사회에 속한 우리가 공감할 수 있는 어떤 메시지를 던지느냐”가 중요하다. 그러다보니 사실 이런 류의 추리 소설은 이미 글 전반부에서 범인이 누군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가 예측 가능하다.
‘아이의 뼈’는 9개의 단편으로 이뤄졌다. 아이의 뼈, 사랑합니다 고객님, 좋은 친구, 5층 여자, 원주행, 이웃집의 별, 잃어버린 아이에 관한 잔혹동화, 어느 연극배우의 거울, 누구의 돌 등이다.
단편은 모두 전혀 다른 인물들과 전혀 다른 에피소드다. 순서의 나열도 작가의 의도는 어떠했는지 모르겠지만, 독자의 입장에서는 어떤 일관성을 찾기는 어렵다. ‘5층 여자’와 ‘원주행’에 동일한 등장인물이 나오긴 하지만, 동일화 시키지 않아도 무방하다.
9개의 단편들이 미세하게 차이는 있지만, 전체적으로 내세운 것은 현대인의 불안감, 그리고 그 불안감이 얼마나 얇은 유리처럼 깨지기 쉬운 것임을 드러낸다. 스스로 강인하다고 생각하고, 해결할 수 있다고 느끼며, 굳건히 세상을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자그마한 외부의 두들김에도 흔들리고, 툭 건드리는 충격에도 깨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단편 각각을 읽다보면 “조금만 자신을 누르면”이라는 생각을 지속적으로 하게 된다. 그렇다면 벌어지지 않을 사건들인데, 유리처럼 다들 깨져버린다.
특히 ‘사랑합니다 고객님’은 반전이 컸던 것과 동시에 가장 많은 이야기꺼리를 제공했다. 이 책을 놓고 몇몇 사람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했다. 그 중 가장 중심 이야기는 바로 ‘사랑합니다 고객님’이었다. 헤어나오지 못하는 자신의 처지, 그런 가운데 보였던 빛을 전화 한 통화로 가로막은 고객. 주인공의 유리는 툭 친 손가락 하나에 깨졌고, 모든 게 무너졌다. ‘어느 연극배우의 거울’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삶을 새롭게 만들고자 하는 주인공에게 던져진 말과 상황은 그를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몬다. 그도 ‘사랑합니다 고객님’의 주인공처럼 무너진다.
영화 <귀공자>┃<마녀>+<신세계>+<V.I.P>+<터미네이터2> 가 연상되는 이상한 영화.
배우 김선호의 첫 영화 주연작으로 화제를 모은 의 제작비는 100억원으로 손익분기점은 180만명이다. 7월 1일 기준으로 53만명이 이 영화를 보려고 극장을 찾았으니, 사실상 흥행 실패다. 현재 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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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도 말했듯이 이 소설은 범인을 찾기 위함이 아닌 메시지를 던지기 위함이다. 그러다보니 대개 초반부터 범인을 알게 된다. 이 때문에 작가는 메시지는 잘 던지지만, 추리 소설로서 갖는 매력은 풍성하게 만들지 못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얇은 유리처럼 아슬아슬한 불안감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다시금 소통과 어울림을 생각했다. 만약 소설 속 인물들이 자신들의 불안감을 제대로 털어내고 쏟아낼 수 있는 상대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정신적으로 풍족한 사람들이었다면, 소설 속에서처럼 선택을 했었을까라는 생각이 내내 들었다.
물론 각 단편별로 차이는 크다. ‘좋은 친구’나 ‘원주행’은 사실 이런 불안감과 소통의 영역에서 다소 벗어나 있다. 어떻게 보면 전체적인 주제 속에서 이질감도 느껴질 정도다.
책 전체적으로는 어렵지 않다. 대략 3시간 전후면 편안하게 읽어나갈 수 있다. 단 ‘사랑합니다 고객님’을 읽은 후에는 잠시 멈칫 하거나, 쉬어가야 할 필요를 느끼는 이들도 있을수 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사랑합니다 고객님’은 두 번째 에피소드가 아닌 중간에 넣었으면 했다.
- 아해소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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