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블로그에는 정제된 글 한 꼭지 정도만 올리는데, 이번 영화 ‘신의 한수’는 꼭지를 나눠서 올리고자 한다. 그만큼 재미있었냐고? 그보다는 할 말이 더 많은 영화이기 때문일 것이다.
기본적인 정보는 검색해보면 나오니 넘어가자. 중요한 것은 바둑은 별로 나오지 않는 바둑 이야기라는 것.
영화는 시작부터 거칠다. 솔직히 비위 좋은 사람도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강렬하다고 말할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 정도까지 해야하나 싶을 정도의 느낌마저 든다. 욱욱 대며 바둑돌을 먹는 장면은 내 속까지 이상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 타이밍부터 영화는 바둑을 떠나보내고 무림 고수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그린다. 억울하게 감옥에 간 정우성은 그 안에서 조직폭력배 보스를 만나 싸움을 익힌다. 또 바둑 고수를 만나 한 수 배우게 된다. 이후에는 안 봐도 비디오다. 정우성의 정우성을 정우성을 위한 영화가 만들어지게 된다.
물론 영화 자체로 보면 나쁘지 않다. 잘 생긴 정우성은 여전히 잘 생겼으며, 거기에 똑똑한 머리와 거친 액션을 선사한다. 그리고 악역으로 나오는 살수 이범수는 잘 어울리는 악역을 소화해냈고, 김인권은 코믹함을, 안선기와 안길강은 중심축을 맡았다.
바둑 내용은 자세히 나오지 않지만, 실상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그냥 바둑을 가운데 두고 싸움판을 벌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아쉽다.
영화는 만들어질 당시부터 화투판을 적나라하게 그린 ‘타짜’와 종종 비견됐다. ‘타짜’를 뛰어넘을 수 있을지 까지 거론됐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타짜’를 뛰어넘지 못했다.
‘타짜’에서의 화투는 총이었고 칼이었다. 화투 48장은 날카로웠고, 상대를 죽이기도 살리기도 했다. 별다른 액션이 등장하지 않아도, ‘타짜’가 긴박감을 불러일으켰던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신의 한수’에서는 바둑(혹은 바둑알)은 총이 되지도, 칼이 되지도 않았다. 그저 이들이 치고받고 싸우고, 뭔가 일을 저지르기 위한 도구에 불과했다.
‘신의 한수’는 바둑판에서 찾아야 하는데, 바둑판 밖에서 찾으려 하니 화려하기는 해도 스토리가 단순해지고, 홍콩 영화처럼 멍한 머릿속에 자극적인 것만 집어넣는 꼴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참 아쉽고 아쉬운 대목이다.
- 아해소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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